우연히 도서관에서 쉽고 흥미로운 소설책이 뭐가 있을까 보다가 발견한 언니네이발관 석원이형님 신간.
이석원이야기 산문집이라고 나온 책, 순간을 믿어요.
역시 이야기꾼 답게 요즘 성인 ADHD가 아닐까 싶게 집중력이 짧은 나도 단번에 끝까지 읽어 버리게 만든 흡입력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으로 시작된 책은 전혀 외계인과 상관없는 층간소음이 메인 주제인 척 한다.
층간소음 원인 해결을 위해 소음의 주체인 윗집 사람을 만나고자 고군분투하면서 한 여자를 알게되고, 그 여자를 층간소음의 발생지인 윗층 여자로 의심하다가 그렇게 그녀와 눈이 맞고 짧은 연애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여자와는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가 대략적인 줄거리 인데... 그 안에 그의 특유의 유머와 별거 아닌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어그로(?)가 더해져서 앉은자리에서 다 보기 좋은 가벼운 책이었다.
이야기 중간 중간 그의 평소 가치관을 표현하는 글들이 있는데 그 중 좋았던 부분을 남겨놓는다.
나의 점점 하찮아지는 기억력이 안타까워서.
P50
그렇지만
뭔가 좋다는 표현을
너무 격하게 하는 사람은
조금 경계하게 된다.
뭐든 싫어하는 마음도
그만큼 클 것 같아서.
P73
도무지 의례적인 말밖엔 하지 못하는 친구가
끊임없이 충고를 하려고 드는데
그래도 친구를 돕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말들이라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나를 생각하는 녀석의 마음이
촌스럽지만 어여쁜 장미 같아서
미워할 수 없어 더 괴로웠다.
P79
홀씨처럼 둥둥 떠다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 불시착해 피어나는 것.
누군가 물을 주고 돌봐 주지 않아도
기어이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
그렇게 뿌리내려 가는 것.
마음.
P 93
노력과 성공
....
세상엔 독자들을 향해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류의
믿음을 설파하는 작가들이 있고
그런 믿음은 때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때도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은
누군가 뜻을 이루지 못했을 때
그게 어째서 실패가 아닌지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P164
그래서 나는 글을 쓸때
삶에 관한 그 어떤 것도
쉽사리 단정 짓거나 결론 내리지 않는다.
인생은 길고
언제 어떤 것이 변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쉽게 말들 하지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과연 타인의 변화 가능성을 그리 쉽게 부정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인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것이 내가
삶의 어떤 작은 부분도
쉬 단정 짓거나 결론 내리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다.
인간으로서든
작가로서든.
P170
단풍이란
가을에 나뭇잎이 새로운 색을 입는 것이 아니라
광합성을 위해 그동은 지녔던 엽록소를 털어내고
비로소 자기 본래의 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 눈치 보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얼마나 귀하고 또 어려운 일인 것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cou0PfdpHSA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by 봉태규 (1) | 2023.08.17 |
---|---|
쾌락독서 by 문유석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읽기) (0) | 2023.07.27 |
[좋은 시]아닌 것 by 에린 핸슨 (0) | 2023.07.19 |
포토샵으로 1시간 만에 완성하는 SNS 마케팅 디자인 무작정 따라하기 (0) | 2023.07.18 |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by 김하나 (0) | 2023.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