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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에세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by 봉태규

by 야매박사 2023.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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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가 나온 영화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고, 그가 나온 드라마 중 대히트를 친 스카이캐슬 조차 시청해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그가 쓴 에세이는 왜 궁금했을까.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뭔가 진솔할 거 같고, 삶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거 같고, 좋은 가정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있을 거 같은 막연한 느낌 때문인거 같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라는 에세이에서 그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어린시절 기억 (심지어 몹시 숨기고 싶은 과거 같아 보일지라도) 속 상처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스무살 첫 사회 생활을 하며 일찍 돈을 벌었지만 집안의 채무를 변제하기 바빴던 그가 다소 사정이 나아진 후에야 처음으로 본인을 위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5분만에 백만원을 써버린 내용은 그가 느꼈을 허탈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씁쓸했다. 

그의 책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언급이 유독 많은데 그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두어개 있다.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 아버지의 양복 주머니에 어느날 만원짜리 오십장이 들어 있는 걸 알게 된 날, 슬며시 만원을 빼다가 금액은 어느덧 이만원으로 올라가고.. 어느날 아버지의 주머니에는 만원짜리 대신 천원짜리가 두둑히 들어었었는데 그렇게 또 천원 이천원을 빼가다가 스스로 도벽으로 이어지기 전에 관두게 된다. 
그 후 세월이 지난 후 아버지의 장례식에 알게 된 진실은 벌이가 시원찮은 아버지는 몇만 원씩 사라지는 걸 감당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아들을 다그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의 나쁜 행동은 멈추질 않았고,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돈의 단위를 낮추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했던 아버지는 이렇게라도 본인의 방식으로 아들을 기다리려고 했던 것이다. 
서른이 훌쩍 넘어 있는 그는 그것을 통해 가장 무섭고 올바른 훈육을 경험하게 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아니 그의 어머니의 표현대로라면 그의 아버지는 금전적으로 쪼들려도 양복을 맞춰 입고 오는 허세가 심한 양반이었다고 한다.  어느날 그의 아버지가 데면데면한 관계인 그를 동네 시장으로 데려가 아동복 자판에서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 배색 후드 티셔츠를 사고, 함께 말없이 국밥을 먹었다고 한다.
집에 와서 까만 봉투에 있는 옷을 건내며 '잘 입어'라고 얘기하셨고 다음날 그는 새 후디를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아버지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예쁘다" 한마디 던지신다.
어색해진 그는 아무말도 않고 쌩하나 나가버렸다. 그 후로 그는 고맙다는 말 대신 그 옷을 매일 입고 다녔는데 후에 후회한다. "예쁘죠" 라고 아버지에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을
 
 
그는 또 그의 두 아이들과 아내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아내에 대해서는 하시시 박 작가님 또는 바깥양반이라는 표현을 쓴다.   
바깥 양반이라는 표현은 보통 남편에게 많이 쓰는 호칭인데 그보다 사회생활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하는 아내에 대햔 표현을 저렇게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으로 하곤 한다. 
또 다른 배우들을 언급할때 윤여정 배우, 이병헌 배우와 같이 표현을 하지만 하시시 박 작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시시 박 작가님이라는 극존칭을 유지한다. 
아마도 아내로서 엄마로서 한 직업을 가진 전문가로서 존경하는 그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비로소 맞이한 시간이라는 소제목을 보면 그의 다를 것 없는 하루 일상을 보여주는데, 
오전 7:10분 알람과 함께 눈을 떠 큰 아이 깨우고, 아침을 먹으며 함께 대화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배웅하고 바로 집에 돌아온다. 
그는 그제서야 씻고 양치를 하며 아내와 함께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배웅한다.
9:20분이 되면 가까운 스타벅스에 가 커피를 한잔씩 시켜두고 아내와 오늘 점심은 뭐를 먹을지 고민하는 일상
그것은 소소하지만 오히려 평범해서 아름답다. 
(물론 애들이 학교 가기 싫다고 징징대고, 아침 반찬 투정을 하고,  씻기 싫다고 울어대는 전쟁 같은 아침의 느낌은 전혀 없다. ) 
그 시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아침이 시작되는 시간인거 확실하죠? 
산통을 깨서 미안하다. 그냥 그의 아침이 일반인에게 환타지가 아니길 바란다. 
주변에 행복한 가정과 가족들을 굉장히 많이 봐왔지만 그것은 그들의 이야기이고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육아를 하는 부부의 모습이 부럽다고 아름답다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는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은, 하지만 이미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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