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알고리즘에 노출된 이연의 유투브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현란한 그림 기술 밖으로 잔잔하게 깔리는 목소리에 어느새 매료되고 말았다.
나는 소위 똥손인데, 여러 재주 중 특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가장 부럽다.
여행에 갔을 때 무심하게 카페에 앉아서 냅킨에 펜 하나로 슥슥 바로 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는 상상을 해본다.
정말 나의 아이코닉한 특징이자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인 '게으름'과 시작은 잘 하지만 3일 만에 그만하고 말아버리는 특성 때문에 손그림을 배운 적이 있지만 그냥 수업만 왔다갔다 하고 연습을 안 해서 말짱 도로묵이 되었다.
그녀의 책은 또 그렇게 용기를 준다.
요즘 많은 에세이에서 주장하는 '우선 시작해'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남겨본다.
내게 무엇이 중요했을까? 바로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항상 만나자는 사람이 많다. 그때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잠시 내가 고목나무라는 생각을 한다. 그냥 어떤 나의 밑동쯤 되어 그 사람을 앉게 하고, 버티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게 따뜻한 일임을 알지만 그만큼 내가 나일 수 없는 순간도 많다. 사람들은 그걸 좋아하지만, 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그 일에 큰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타인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느라 정작 내가 쉴 공간이 없었다. 결론은 심플했다.
내가 나에게 그 시간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 그려먼 만들면 된다.
사람들은 특별해지는 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혼자 있는 시간을 특별하게 보내면 된다. 그게 전부다.
남들이 오전에 자고 있을 때 혼자 깨어나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데 어떻게 평범해지겠는가.
나는 늘 일어나자마자 찰차를 한잔 마신다.
"어쩌면 인생은 아침에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가 아닌가로 나뉠지도 모른다" by 아널드 베넷
한때 지독한 어둠 속에 갇혔다. 그때 나는 낮밤이 바뀌었고, 매일 퀭한 그림을 그렸고, 불행하다 생각했고, 곁에는 비둘기 밖에 없었다.
바닥을 짚어보자. 만져보다. 전부 열어서 꺼내자. 악취가 날 것이다. 이제는 버리자. 입지도 않는 군복을 보관하고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군복을 그냥 버리면 외국의 누군가가 그 군복을 가져가서 입는다고.
그렇다면 군복을 싹둑 자르다. 군복이 없다고 내가 삶을 못 살아갈까?
이제는 답을 피하지 말자. 지금 피하는 건 미래의 내게 무겁게 또 다른 책임을 넘기는 일이다.
우리의 마음에도 그렇게 마주하지 않고, 그저 안고만 있었던 것들이 있다.
가시가 있는 나무는 독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고 있어서 스스로를 지키고 있어서 가시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가시도 그런 것이지 않을까? 당신의 마음에 무엇이 딨든, 그것이 얼마나 무겁든, 어둡든, 냄새가 나든, 끔찍하든...상관없다.
그걸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안아줄 당신만 있으면 정말로 괜찮다. 스스로에게 솔직할 시간을 내어주자.
그리고 그 시간을 흠뻑 살아내어 더욱 선명한 자기 자신이 되자.
주문을 외워두면 좋다. 나는 샤워를 하며 내가 만난 세계와 사람을 씻어내는 의식을 치른다. 머리를 말리면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그리고 흰 이불에 눕는다.
오늘 내가 세상을 살면서 본 것들을 떠올린다. 소중한 것은 기억하고, 아팠단 일은 다독인다. 모두 다 그럴 수 있는 일이지.
돌아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마법처럼 새로운 하루가 주어진다.
아널드 베넷은 매일 아침 우리의 지갑에 신권 24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다. 그 빳빳한 새 시간들을 소중히 헤아린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볼까?
나는 하루키의 말을 듣기로 했다. 재즈 바가 잘되고 있었고, 그럭저럭 안정된 30대의 삶이었지만 글을 쓰기로 했다고.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는 글을 쓰는 별로 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가 나의 별이 되지 않았는가?
나는 내가 낸 용기가 누군가에게도 빛이 되고 별처럼 멀리서 빛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
같은 에너지라면 나는 흔들리기보다는 나를 나아가게 하는 노 젖기에 마음을 쏟고 싶다.
당신의 얼마만큼 솔직할 수 있는가? 당신의 파도를 주시할 수 있는가? 모두가 망망대해를 보며 포기할 때 고개를 들어 별을 올려다볼 힘이 있는가? 그 별을 바라보며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고, 거기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가?
그 모든 대답이 "그렇다" 라면 창작할 준비는 충분히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자신을 믿고 걸어가도 된다.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잘 받았다.
연말에 그녀가 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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